항목 ID | GC402014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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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식명칭 | A City of Cooperative Association, Dong-gu |
분야 | 정치·경제·사회/경제·산업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대구광역시 동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박주연 |
특기 사항 시기/일시 | 2017년 9월 23일 - 협동조합의 도시, 동구 동구사회적경제문화센터 개소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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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사회적경제문화센터 - 대구광역시 동구 메디밸리로 18[사복동 851] |
[정의]
대구광역시 동구 지역에 새로운 공동체로 자리잡고 있는 협동조합.
[사람들이 협동조합으로 간 이유]
인간은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기에 사회적 존재라 불리며 여러 구성원과 더불어 살아간다. 자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함께 사냥 생활을 하고 같이 농사 지어온 인간에게 협동이란 생존을 위한 본능과도 같았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처럼 아주 작은 일도 협동하는 데서 의미를 찾아내는 인간에게 협동조합(協同組合)이라는 방식은 친숙하고도 신선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동서양의 역사 속에는 유럽의 길드(guild) 및 화교들의 방(幇) 등 협동을 위한 조직이 존재해왔다. 협동조합의 協(협)은 힘을 모으고 또 모은 한자를 형상화하고 있다. 국어사전에서 협동(協同)이라는 단어를 ‘서로 마음과 힘을 합함’이라고 정의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영어사전에서도 cooperate는 ‘협동하다’, ‘서로 돕다’는 뜻으로 해석되는데 함께 일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요컨대 협동조합은 힘과 마음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만든 사업체라고 정의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국제협동조합연맹(ICA)에서는 협동조합을 일컬어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체를 통하여 공통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인 조직’이라 명시하고 있다. 또한 협동조합기본법 제2조에는 ‘재화 또는 용역의 구매·생산·판매·제공 등을 협동으로 영위함으로써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하고 지역 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사업조직’이라 정의되어 있어 그 맥을 같이 한다.
우리나라 고유의 두레는 협동조합의 역사적 연원으로 평가받는다. 원시공동체에서 전래된 우리 전통의 두레는 중부 이남 농촌지방을 중심으로 구한말까지 성행했다. 근로조직이자 유흥단체이기도 했던 두레는 우리 선조들이 독자적으로 진화시켜온 매우 정교한 협동조합이라 할 수 있다. 두레는 사람이 모여서 더불어 사는 최소 단위인 동네의 사회적 구조를 가장 잘 이해했으며 예나 지금이나 마을이라는 구조는 그만큼 기능적이었다. 구한말의 두레와 계의 전통이 일제 강점기의 자조운동으로 발전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920년, 계모임 양성화를 발표한 지 몇 개월 만에 전국에서 3만 개나 등록한 데서 그 호응을 짐작할 수 있다. 문헌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최초 협동조합인 경성소비조합과 목포소비조합은 모두 1920년에 설립되었으며 1930년대에는 1천여 개 협동조합으로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1937년, 총독부의 「협동조합 폐쇄령」으로 인해 계와 협동조합의 자산이 몰수되는 사건이 벌어졌으며 협동조합 운동 또한 단절되고 만다. 즉, 협동조합은 두레의 전통을 잇고 있으며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나타난 것이다. 해방 이후 압축성장의 가도를 달린 대한민국은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해 양극화라는 절벽을 맞닥뜨리면서 또 한 번 협동조합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이 현상은 국제적 금융위기 현상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데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를 겪고 난 국제연합(UN)은 2012년을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정했다. 전 세계적인 추세를 보니 협동조합이 튼튼하게 받치고 있는 기업은 부도나 실직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상태에서 오히려 고용을 늘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2012년 세계협동조합의 해를 맞아 조사한 결과 협동조합이 살아남는 까닭은 돈을 잘 벌어서가 아니라 ‘나눔 정신’ 덕분이었다. 공동체를 위하고, 공익을 목표로 사업을 운영하고, 협동조합의 잉여생산물을 보다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나눴기 때문이다.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협동조합은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들을 함께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기업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썬키스트, AP통신, 버거킹, FC바르셀로나 등이 대표적이다. 경제적 성장의 부작용으로 등장한 사회적 혼란과 폭력의 양상을 극복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구조로 협동조합이 나타난 것이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약한 개인들이 자주적인 방식의 단결체를 마련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협동조합의 본산이 된 이탈리아도 무솔리니가 통치하던 시절에 대공황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협동조합이 시작됐고, 가까운 일본 또한 2차 대전 패망 이후 생활협동조합이 움텄다. 즉, 지금보다 나은 사회는 없을까, 라는 고민 이후에는 반드시 협동조합이 등장함을 알 수 있다. 흔히 협동조합의 개척 사례로 일컬어지는 로치데일협동조합 역시 18세기 유럽의 산업혁명이 휩쓸고 지나간 뒤 생겨났다. 영국의 로치데일협동조합은 제대로 된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얻을 수 없을까, 라는 고민 끝에 직접 출자금을 낸 데서 출발하였다.
이처럼 먼저 협동조합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출자금을 내야 한다. 출자금은 일종의 자본금이 되어 협동조합 운영의 기본 연료로 쓰이는데, 주식과는 다르게 돈의 많고 적음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 출자금은 만 원을 내나 백만 원을 내나 의결권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1인 1표를 가진 채로 5인 이상의 법적 동업인들이 수평적으로 운영하는 협동조합은 공동의 필요를 협동으로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협동조합은 일반적인 사기업과 달리 이윤추구가 제1의 목적이 아니며 그해에 조합 사업에 이익이 발생했다면, 출자금에 따라 배당을 주거나, 배당금을 다시 출자금에 더하기도 하는데 이는 정관에 따른다. 마치 국가의 구성요소가 국민, 영토, 주권인 것과 마찬가지로 협동조합은 조합원, 사업장, 총회정관을 그 요소로 한다. 협동조합의 운영 기준이 되는 정관은 제1장 총칙, 제2장 조합원, 제3장 출자와 경비부담, 제4장 총회와 이사회, 제5장 임원과 직원, 제6장 사업과 집행, 제7장 회계, 제8장 해산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처럼 합리적인 기준 아래에서 서로 도우며 자기희생을 감내하는 협동조합의 과정은 도덕적 요소를 고루 갖춘 형태이므로 자본주의의 이기적 속성을 견제하는 대안이 되고 있다.
[협동조합이 대구 동구로 간 이유]
2013년은 대구광역시 동구의 협동조합이 봇물 터지듯 설립된 해다. 2013년 3월 25일 대구광역시 동구 율하동에 설립된 협동조합 둥지를 비롯하여 2013년 4월 30일 시작된 안심협동조합 등 당시 탄생한 협동조합 중 18곳이 현재까지도 성업 중이다. 이 무렵 협동조합 설립이 자유로워진 것은 「협동조합기본법」이 2012년 12월 1일부터 시행되었기 때문이다.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은 양극화 문제 해결과 지역사회 복원 등의 효과를 불러오며 사회적으로 부각되었다. 그 결과 법 시행 후 5년이 지난 시점에서 협동조합 수는 1만 2,300개를 넘겼고, 시민들 스스로 설립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협동조합만의 비즈니스 방식에 대한 노하우가 학습되기 시작했다.
대구광역시 동구 주민들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인적, 물적 자원을 활용하여 수익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이는 지역공동체 복원과 일자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있어 중앙 부처에서도 반기는 상황이다. 지역 구성원인 주민이 그 지역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경험은 일견 당연해 보이지만 성장 중심의 현대사회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기도 했다. 무한한 경제발전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에 학습된 나머지 자신이 사는 동네를 돌아보고 이웃과 정을 나누는 것이 낯설어졌음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대구 동구의 협동조합들은 우리 고유의 상부상조 정신을 보유한 계, 두레, 향약을 오늘날에 되살린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지역의 이야깃거리가 발굴되고 전통과 역사를 돌아보게 되며 함께 미래를 꿈꾼다는 점에서 협동조합의 경제구조는 상호 순환적이라 평가받고 있다.
대구광역시 동구에서는 일방적으로 제공받는 소비자에서 벗어나 생활 속 문제를 협력을 통해 직접 해결하고자 하는 공감의 공동체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자본을 제1의 가치로 두지 않고 보다 의미 있으며 가치 있는 일을 통해 삶을 개선해 나가려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대구광역시 동구 안심지역은 협동조합을 기반으로 한 마을기업과 로컬푸드업체 및 사회적 기업 등 약 스무 곳이 일종의 블록 구조를 형성함으로써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이름하여 ‘안심 사회적경제 빌리지’라 불리는 이곳은 도심 주민들끼리 자급자족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마련돼 있어 먹거리와 교육, 주택문제까지 주민 스스로 해결해나가고 있다. 이처럼 대구광역시 동구는 사회적 경제 중심도시로 주목받기 시작해 안심 사회적경제 빌리지, 대구동구공동육아협동조합 등을 전국적인 모범사례로 내놓고 있다.
안심협동조합은 대구광역시 동구 안심로에서 꾸준히 활동해왔으며 친환경농산물 직거래장이자 마을카페로서 신뢰받고 있다. 700여 명의 조합원을 자랑하는 안심협동조합은 ‘땅과 사람이야기’라는 매장 운영을 통해 동네 사랑방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마을축제를 진행하거나 동네의 궂은일에 앞장 서는 등 마을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하는 중이다. 2013년 9월에는 전국 마을기업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지역의 자랑거리로 묵묵히 자리 잡고 있다.
대구동구공동육아협동조합 ‘동동어린이집’은 학부모들이 직접 아이의 교육에 뛰어든 경우다. 그간 보육시설들이 지녀온 문제점인 폐쇄적 방식과 소비조장의 분위기에서 벗어나 학부모 13명이 공동육아사업을 꾸려 스스로 교육 계획을 짜고, 보육교사도 직접 채용하는 것이다. 학부모들의 협동조합 구성과 운영은 2015년 기획재정부에 소개되어 대구지역 사회적 경제 모범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이들 협동조합들은 제각기 나름의 목표를 향해 개성 있게 움직이고 있으나 협동조합 7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화를 이룬다. 협동조합의 7대 원칙은 자발적이고 개방적인 가입,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 조합원의 경제적 참여, 자율과 독립, 교육훈련 및 정보제공, 협동조합 간의 협동,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등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협동조합 7원칙은 1995년에 국제협동조합연맹(ICA)에서 재정립한 것으로, 우리나라 협동조합기본법에도 명시돼 있는 원칙이다.
2017년 말, 대구광역시 동구에서 활동 중인 협동조합은 80여 개로 돈보다 사람이 우선시되는 사회적경제의 매력을 전파하고 있다. 이러한 화두에 맞게 대구광역시 동구청은 1층 로비에 사회적 경제 전시 코너를 마련해두어 협동조합과 마을기업, 사회적기업의 생산품을 홍보하고 있다. 관과 민이 힘을 합하여 사람 중심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대구 동구 협동조합 열전]
대구광역시 동구 안심로에서 에이즈 감염인들과 함께 카페 ‘빅핸즈(BIG HANDS)’를 운영해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레드리본 사회적 협동조합은 에이즈에 대한 편견을 깨고 감염인들의 실질적인 자활을 지원해 이름만큼 큰 박수를 받고 있다. 카페 방문객에게 에이즈 예방을 위해 무료로 콘돔을 나눠주는 것 또한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평가받는다. 이로 인해 보건복지부장관 표창과 법무부장관 표창을 받고, 협동조합 우수사례에 선정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대구광역시 동구 안심로는 K2 군부대의 전투기 소음과 저소득층으로 채워진 지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협동조합이라는 모델을 선택했다. 전 세계적으로 200년 동안 유지되며 공동의 필요를 해결해낸 사업 방식이기 때문이다. 결국 빈부격차 문제를 경제공동체로 해결하며 ‘살고 싶은 동네 만들기’에 성공한 대구광역시 동구 안심로는 골목마다 사회적 경제의 따스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소비할수록 동네가 건강해지는 안심협동조합의 ‘땅 이야기’, SNS회원을 천 명 넘게 확보한 유기농 반찬 사업체 ‘달콤한 밥상’, 책을 통해 문화적 빈곤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동네책방협동조합의 ‘책방아이’가 모두 같은 골목인 대구광역시 동구 안심로22길에 있어 타 지역에서 벤치마킹하러 오는 탐방객들의 필수코스가 되고 있다.
이처럼 대구광역시 동구의 자립기능이 강화되자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을 아우르는 단체 또한 생겨났다. 2013년에 설립된 대구 동구사회적경제협의회는 동구청 및 영남대학교 교수들과 함께 공부하는 ‘동구 사회적경제포럼’을 구축하기도 해 민관학 협력시스템 마련에 성공하기도 했다. 동구사회적경제협의회는 이에 그치지 않고 2017년 9월 23일, 신서혁신도시에 문화센터를 개소하면서 주민들의 사회참여를 더욱 활발히 하고 있다. 이는 대구에 존재하는 8개 구군 중 최초로 시도된 일이어서 대구 동구가 사회적 경제면에서 얼마나 선도적인지 짐작하게 한다. 동구사회적경제문화센터는 재능 있는 주민들을 강사로 발굴함으로써 또 한번의 자급자족적인 프로그램을 창출해냈다. 이로써 지역사회의 문화적 연대를 만듦과 동시에 사회적 경제를 통한 생활 만족도를 더하고 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은 ‘태어나보니 자본주의’라는 망망대해 위에 놓여 있는 형국이다. 그리고 이 험난한 자본의 바다를 헤엄쳐 살기 위해 더 이상 경쟁하기보다 협력을 선택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는 이윤과 효율성이 지상최대 목표가 되지 않기에 연대, 정의, 행복이 중심이 된 경제방식을 찾아낸 것이다. 좀 더 우리 생활에 밀착되며 자연 친화적인 공동체를 꿈꾸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최초의 인류가 생존을 위해 협동을 선택한 것과 마찬가지로 현 인류 또한 생존을 위해 이웃과의 협동을 선택하고 있다. 이는 협업함으로써 상생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대한 지역민들의 응답이라 할 수 있다. 대구광역시 동구는 기초단위에서부터 풀뿌리 사회적 경제조직들이 연대함으로써 작은 협력의 성과를 체험하면서 자생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이 호응을 얻는 한 지역사회에 뿌리내린 대구광역시 동구의 협동조합들은 앞으로도 더욱 늘어나 ‘공동의 힘’을 발휘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