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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7C010201
지역 충청북도 진천군 진천읍 삼덕리 1구 하덕마을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박종호

보릿고개라는 말이 있다. 지난 가을에 수확한 양식은 바닥이 나고 보리는 미처 여물지 않은 5월과 6월에 식량이 모자라 굶주리며 힘들어 했던 옛날 선조들이 초근목피(草根木皮)[풀뿌리와 나무껍질이라는 뜻으로, 맛이나 영양 가치가 없는 거친 음식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배고픔을 달래던 때를 말한다. 때에 따라 춘궁기[굶주린 봄 시기], 맥령기[보리가 익는 시기]라고도 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하기 이전에는 전 국민의 대다수가 농민이었다. 농민들의 애환이 보릿고개에 다 깃들어 있는 것이다. 보릿고개는 너무나 배고픈, 그래서 그 배고픔이라는 것이 높은 산을 넘어가는 것처럼 매우 힘들다는 뜻에서 유래된 말이다. 그 이후 새마을운동과 경제 성장으로 인해 그런 보릿고개를 겪지 않아도 되었지만, 195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해마다 찾아오는 달갑지 않은 손님처럼 우리를 찾아오던 빈곤의 상징이었다.

진천 사람들 역시 이런 어려움 속에서 살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일을 하며 이겨 내고, 더 나아가 들판을 기름진 논으로 잘 가꾸어 최고 품질의 쌀을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밥만 먹어 그래!]

삼덕리 하덕마을에는 유독 나이가 많은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많아 보였다. 그래서 장수하는 비결이 뭐냐고 물어 보면 이구동성 한 마디로 대답이 끝났다.

“밥만 먹어 그래!”

예부터 덕문이들에서 생산되는 쌀은 맛도 좋고 몸에도 좋았다면서,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생거진천쌀로 밥을 해 먹어서 무병장수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는 하덕마을의 조숙자 할머니와 김상근 할아버지에게 궁금증을 펼쳐 놓았다.

“할머니, 여기 쌀이 좋은 이유가 따로 있나요?”

“여기 토질이 원래 좋았어. 우리 동네에 팔십 넘은 여자 노인네만 6명이여. 아주 여자들이 말이지. 구십 넘은 사람도 셋이나 되어. 쌀이 좋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워낙 타고난 건강 때문인지도 모르지. 여기 사람들이 노인네들이라도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들이 아녀. 다 움직이고 일하는 분들이여. 아무리 일을 안 해도 농번기에 다 도와주는 사람들이여. 그냥 안 놀아. 그냥 놀면 아프고 힘 빠지고 할 텐데 움직여서 건강한 것 같애. 장수 많이 해. 이 동네가 오래 살어.”

타고난 건강 탓도 있겠지만 늘 게으르게 행동하는 법 없이 농사철에는 바쁜 아들, 며느리를 도와서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손수 다하고 있단다. 그러면서 할머니는 맛 좋은 쌀과 함께 부지런히 즐겁게 생활하는 것이 바로 장수의 비결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사람이 움직이지 않으면 힘이 빠지고 어깨가 축 처지는 법이라며, 늘 부지런히 일을 하면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긍정적으로 서로 돕고 살아야지]

삼덕리 사람들이 마을의 자랑거리로 꼽는 것이 바로 마을 사람들의 인심이었다. “가난하다고 해도 장사라는 거 잘 안 해.”라고 말하며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마을 사람들의 인심을 자랑했다.

“밭에서 파, 마늘, 상추 들을 수확하면 예전에는 팔기도 했지만 지금은 논도 많고 좀 여유로워졌잖아. 그리고 아무리 가난해도 그거 팔아 봐야 얼마나 한다고, 그래서 우리가 있는 데 이웃집이 없으면 주고, 또 우리도 없으면 갖다 먹는겨. 파가 없어 배추가 없으면 서로 주고 그렇지, 팔고 그러는 사람이 없어. 우리 하덕은 이웃 간에 서로 나눠먹어. 정이 대단허지. 젊은 사람도 한 말씩 가져오고 그려. 이렇게 서로 돕는 거지.”

쌀이며 반찬이며, 각종 채소 할 것 없이 마을 사람들이 함께 나누어 먹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살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내가 도움을 받았으면 또 다른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생활신조로 살아가고 있다는 김상근, 조숙자 부부에게서 마을의 화목함과 단합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을 사람 모두가 잘살진 못하지만 나눠 주는 것은 그 무엇도 아깝지가 않다고 하는 정다운 인심이 마을을 이끌어 가는 원동력 같았다.

[정보제공]

  • •  김상근(남, 1922년생, 삼덕리 1구 하덕마을 주민)
  • •  조숙자(여, 1930년생, 삼덕리 1구 하덕마을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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